[야마x히바]
Romance from
君の甘ったるい息づかいに酔って私は眠りに入ります.
君の膝の上にそのまま眠ってしまった私は, あなたの夢を見ます.
そしてすなわち君の温もりに導かれて覚めた私は, 現実を直視します.
君がいるから私も存在します.
だから君がいない今,
私という存在も消滅します.
그대의 달콤한 숨결에 취해 나는 잠이 듭니다.
그대의 무릎 위에 그대로 잠들어 버린 나는, 당신의 꿈을 꿉니다.
그리고 곧 그대의 온기에 이끌려 깨어난 나는, 현실을 직시합니다.
그대가 있기에 저 또한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그대가 없는 지금,
저라는 존재 또한 소멸합니다.
#00
~Prologue:
_[Lost Everything]
20세.
스무 살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마피아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물론 히바리 또한, 본고레 구름의 수호자로써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는지,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순순히 마피아가 되었다.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살인에 대한 양심의 가책보다는 희열이 뒤따랐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21세.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도 돌아가셨고, 친구들 또한. 죽어나갔다.
이런 좆 같은 상황에 나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이 터진다. 하하……아하하.
히바리는, 지쳐 보인다. 눈에 띄게 말랐다. 그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또한 울지도 않았다. 무감각해져 갔다.
더 이상 아무도 사람의 감정에 대해 운운하지 않았다.
22세.
--이제는 옆에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히바리 쿄야, 22세. 본고레 vs 베스파엘라 접전에서 제 3 항구에서 항전,
쿠사카베 테츠야를 비롯한 모든 제 3항구 조직원 사망.
제 3항구에서 제 2항구로 가는 Via Stretsa 골목에서 히바리 쿄야의 박스병기와 구름의 링, 당시 입고 있었던 재킷 또한 발견되었다.
하지만. 히바리 쿄야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연락 또한 되지 않았다.
제 2항구, 야마모토 타케시, 사사가와 료헤이 담당.
너는 나를 향해 오다 살해당한 것일까.
너는 누구에게 살해당한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어딘가에 살아 있을까.
24세.
히바리 쿄야와의 연락이 닿지 않게 된 지 2년.
본고레 내에서는 히바리 쿄야의 장례식을 준비했다.
사체 없는 장례식이다. 워낙 시대가 뒤숭숭한 터라 제대로 된 장례 또한 치르지 못했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너도, 아버지도, 오랜 친구들도, 그리고 나의 인간으로써의 모습도.
나에게 남겨진 것은 이것 하나다.
너의 이름이 똑똑히 새겨진 묘비.
“저는 믿습니다. 그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지만 또한 저는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가 과연 저희가 알던 ‘그’히바리 쿄야일까, 하는.
그는 베스파엘라 접전에서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채로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본고레의 구름의 수호자, 히바리 쿄야의 기억을 삭제해, 자신들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명령합니다.
히바리 쿄야는 죽었다, 하지만
만약 그를 발견하게 된다면,
단 한 치의 의심도, 동정도 필요 없이.
-살해하십시오.
이것은 제가 ‘사와다 츠나요시’가 아닌, 본고레의 돈(보스)으로써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내가 들은 마지막, 너에 대한 소식이었다.
#01
_[~Show me.]
이제 나에겐, 너를 잊기 위한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기 위한 여행이었는데, 오히려 네가 더욱 그리워져버리는 악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매일 밤 자지 못해 눈이 붉게 충혈되었고, 본고레 내에서는 나에게 휴가를 주었다.
휴가라.
프랑스에 가 볼까. 아니면, 이탈리아의 유명한 관광지나 가 볼까. 아, 일본도 좋겠다. 하하, 미치겠네. 어딜 가도 네 생각밖에는 나지 않는걸.
결국 프랑스에 가 보기로 했다. 베스파엘라의 본거지가 있는 곳이라, 츠나가 한 말이 맞다면 너는 분명 여기에 있을 거야.
-어차피 만나도, 죽여야 하겠지만.
*
겨울이라 그런지 춥긴 춥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와는 완전히 딴판이라서 얇게 옷을 걸쳤던 야마모토는 덕분에 추위에 떨어야 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파리의 유명 관광지에 갈 때는 집시를 조심하라고 했었지. 에이-설마. 누가 마피아의 주머니 따위 털어가겠어? 오히려 소매치기 하면 이탈리아가 최악이지. 뭐 난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야마모토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변 난간에 대충 걸터앉고 어디를 가 볼까 지도를 펼쳐 들고 한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곧 불어는 역시 못 알아먹겠어, 하며 지도를 대충 쑤셔넣고 일본어로 된 파리 지도를 찾아 꺼내 들었다. 루브르 박물관. 내가 볼게 뭐 있다고. 오르세 미술관. 별로 관심 없고. 개선문? 거길 꼭 가야 하나. 몽마르뜨 언덕. 초상화 그릴 일 없으니 생략. 샹제리제 거리. 그런 곳에서 도대체 내가 뭔 뻘짓을 하려고. 그냥 파리 시내 돌아다니면서 이러저러 먹자골목에 들어가 많이 주워먹지 뭐.
그렇게 생각한 찰나,
누군가가 재빠르게 자신의 가방을 채갔다. 의도하지 않게 그것을 바로 감지한 야마모토는 벌떡 일어나 ‘도둑’을 잡으러 뛰쳐나갔다.
“잠깐!!!! 야!!!!! 저기요 저 마피아거든요??? 아니 그게 아니라 잠깐!!! 좀 서봐 야!!!!”
키 차이, 그리고 긴 다리길이로 인해 훨씬 유리한, 거기다가 왕년에 야구소년이었던 그는 금새 ‘도둑’을 따라잡아 어깨를 잡고 휙 돌렸다.
“…!!”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야마모토는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깨끗한 흰 피부에 살짝 치켜 올려진 눈매. 검고 깊은 어둠을 담고 있는 눈동자. 조금 자란 듯한 긴 검은 머리칼. 설마, 설마 너는.
“…………, 히바리?”
상대편도 다소 놀란 기색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가방을 야마모토의 품에 훅 안겨주고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야마모토는 약 0.1초가량 아연실색해 졌다가 도망가는 청년을 뒤쫓아 달렸다. 청년 자체가 몸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는지, 아니면 야마모토가 우월적인 건지, 그는 금방 또 따라잡혀 이번엔 양 팔이 ‘거대한 무서운 동양인 남자’의 손에 붙들려 그를 올려다보게 되는 난감한 자세에 처했다. 야마모토는 청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얼굴이 긴 머리카락과 모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자, 야마모토는 낡은 모자를 던져버리고 길게 자란 앞머리를 넘겨 보았다. Match. 이 사람, 히바리 쿄야다.
“죄…죄송합니다, 제발 경찰에만은 넘기지 말아주세요. 아…그, 아시잖아요, 나는 그냥 그냥 그냥 저…생계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수단…아니 그게 아니라…”
“…일본어 할 줄 아는 거야?”
뭘 그렇게 무서워하는 거지. 하긴, 그러고 보니 노트르담 대성당 가까이에 경찰청 본부인가 뭔가 하는 게 떡 하니 자리잡고 있어서, 사람이 가방을 받았는데도 붙잡고 있으면 오해 살 만 하겠네.
“에? 아, 으응. 저, 왠지 모르겠지만 일본어랑 이태리어랑 영어는 할 수 있어서…그, 2년 전쯤인가 집시들한테 발견되었을 땐 이미 기억을 잃어서, 으…음…. 나도 잘 몰라!!!!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히바리 쿄야일 확률 99.9%. 분명 이 년 전이라고 했지. 그럼 넌, 역시 히바리 쿄야다. 나의, 하나뿐인 연인. 히바리 쿄야다.
#02
_[You and Me]
이 년 만에 다시 보게 된 히바리는 자신을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 ‘히바리’는 츠나가 말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지는 않다, 는 것이었다. 물론 섣불리 판단한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히바리를 죽일 수 있을 리 없고, 츠나라면 분명 히바리를 살려줄 거니까. 곧 금방 다시 구름의 수호자로 들이겠지? 히바리만큼 본고레의 ‘구름’에 어울리는 사람도 없으니까. 츠나라면 분명. 그렇게 할 거야.
“들어와, 히바리.”
“……정말 당신은 이해할 수 없어. 어째서 처음 보는 나에게 이렇게 잘 해주는 거지?”
히바리의 너덜너덜하고 낡은 옷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어서, 가까이에 있는 양복점에 들어섰다. 이 ‘히바리’는 아직도 경계심을 풀지 않고 불안해 하는 게, 꼭 전의 히바리와 똑같아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좀처럼 들어오려 하지 않는 히바리의 팔목을 잡고 이끌어 가게 안으로 들어와, 내가 가지고 있는 경비로 그다지 비싸지 않을 정도로의 한계로 정장을 몇 벌 샀다. 히바리한테 캐주얼은 안 어울려, 하고 생각하며 전에 히바리가 좋아하던 취향에 맞춰 중절모까지 하나 사고, 구두도 샀다. 경비가 딸리면 본고레로 청구하면 되니까, 츠나한테 폐 끼치지 않을 정도로만 사야지. 하고 중얼거리는 나를 히바리는 여전히 경계하듯 올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히바리, 2년 사이 전혀 바뀐 게 없네. 바뀐 거라고는 머리길이 정도. 나는 옷 값을 계산하고 묵기로 했던 호텔에서 조금 이른 체크인을 했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내에서 불안해하는 그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었는데, 히바리는 타인과 몸이 닿는 것을 심하게 꺼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전처럼 ‘불쾌하다’의 표정이 아닌, 조금 ‘겁먹은 듯’한 표정이라 나 또한 처음에는 적잖게 당황했다.
“왜 그렇게 겁먹은 표정을 하고 있어? 난 너를 해치지 않는다고 했잖아.”
“동정하는 거라면 필요 없어. 당신,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말했잖아, 아는 사이였다니까.”
“그것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도 너는 대답해 주지 않아.”
“네가 상처 받을까 봐, 라고 분명히 말했잖아.”
“말 해. 웬만하면 상처받지 않아. 내가 이 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너는 모르잖아?”
“너도 네가, 나랑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잖아!!!!!”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놀랐는지 히바리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히바리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화가-났다.
내가 마피아가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해, 넌? 사람을 죽이는 게 좋아서? 츠나 때문에? 처음에는 순진하게 아무것도 모른 채로 마피아가 되어서 나 때문에 죽은 아버지, 친구들의 복수? 웃기고 있네. 내가 그렇게 순진하고, 바보 같고, 아무런 감정도 없는 병신일 것 같아? 너 때문이었어. 이런 좆쓰레기 같은 곳에 발을 들여놓고선, 빠져나갈 수 없는 끝없이 피바다인 이 곳에 발을 들여놓고서는 혼자서 괴로워하는 너의 나약한 내면을 내가 친절하게 씹어 줄 것 같았어? 고통스러워하는데, 그것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강한 척 하고, 죽이지도 못하면서 항상 죽인다, 죽인다. 죽이면서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너의 그 바보스러움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어쩔 수 없이 죽이면서, 너는. 인간의 윤리와 도덕, 이치에 어긋나는 짓을 하며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하면서 같잖은 살인을 합리화시키고, 너는 어째서 밤마다 혼자 외로이 무거운 양심에 대한 죄책감에 울었어야 했어?! 너는 왜 밤마다 혼자 외로이 무뎌져 가는 너의 감정에 두려워하며 울었어야 했어?! 혼자 무서워서, 혼자 너무나도 두려워서. 밤마다 밤마다 혼자 울었던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이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너는, 너는. 마피아에 어울리지 않아. 살인은, 감정을 필요로 하지 않아. 너 같은 건 인간이 되지 말았어야 했어. 너 같은 건 죽었어야 했어. 그래. 차라리 그때 그 곳에서. 고쿠요랜드에서 로쿠도 무쿠로에게, 죽었어야 했어. 나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너는, 나쁜 놈이야.
아니, 어쩌면 내가.
…
……
미안해.
미안, 미안해. 히바리.
미안해.
#03
[変わらない, 変わってしまった.]
[*변하지 않는, 변해버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는데도 불구하고 나와 히바리는 한참을 내리지 않고 서 있었다. 대충 정신이 든 내가 먼저 발을 떼자, 히바리도 주춤하며 한 걸음 따라왔다. 히바리는 눈치를 보는 듯 가끔 내 얼굴을 힐끔거렸다. 기분이 많이 상해서, 지금 히바리와 마주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게 될지 모르겠다. 나 자신도 모르게 이미 변해버린 나의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 지금의 히바리와 충돌하면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킬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카드 키를 긋고 방 안으로 들어서 가방을 대충 침대 위에 던졌다. 문 앞에서 들어오지 않고 서 있는 히바리를 향해 간단히 들어와, 라고 짧게 명령하듯 말했고, 히바리는 한 발자국 떼려다 순간 움찔했다.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서 있다가, 히바리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 역시 그거야?”
“그거라니?”
“나랑 자려고 이런 짓거리 한 거냐고.”
나는 예상치 못한 히바리의 대답에 급히 히바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히바리는 고소를 흘리며 호텔 문 앞에 오른손을 짚고 고개를 기대었다.
“그런 거라면 그냥 빨리 말을 하지 그랬어? 너도 참 병신이구나. 그래, 나랑 원나잇 하려고 옷도 사 주고, 잘 대해주고?”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히바리.”
“굳이 그렇게 없는 얘기 지어내고 쇼 할 필요 없어. 페이만 해 주면 얼마든지 갖고 놀아도 돼.”
“히바리!!”
“왜. 나랑 자려고 한 거 아니었어? 아니면 이 대낮에 체크인을 이렇게 빨리 할 리도 없고. 죽은 줄만 알았던 ‘친구’와 만났으면 호텔 말고 다른 곳도 많을 거 아냐? 굳이 호텔로 온 것도, 일부러 친한 척 대해 준 것도, 다 그 것 때문 아니야?”
-도대체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히바리.
이마에 손을 짚었다. 머리가 어지럽다. 히바리는, 이러지 않았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히바리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집시를 안을 정도로 막장인 남색은 지금껏 두 명 밖에 못 봤는데. 잘 됐네. 안 그래도 돈이 없어서 벌어야 했거든. 고마워라.”
“잘 알지도 못하면 말 하지 말라고 했지.”
“네가 말한 그 얘기가 모두 사실이라고는 해도 내가 그 ‘히바리 쿄야’인가 뭔가 하는 네 친구가 아닐 게 뻔하잖아? 애초에 집시한테 뭘 바란 거야. 왜. 설마 내가 네 그 친구와 닮아서, 그 친구 대신 날 옆에 두고 싶었어? 병신 같은 새끼. 그런다고 죽은 년이 살아 돌아 올 것 같아?!”
“친구가 아니라, 연인이었어.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해, 모두 잊어버렸다고 막말하지 마.”
“하아, 그래? 그런데 미안하네. 난 네놈의 연인과는 다르게 남자라서 말이지. 미안해. 그런데 어쩌냐? 난 네 연인이 아닌데.”
“넌 히바리 쿄야, 난 야마모토 타케시,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아.”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야마모토 타케시. 난 너를 만족시켜줄 수 없어. 왜냐하면 난,”
난 육신도 영혼도 더러운 놈이니까.
히바리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기댔던 얼굴을 들어올리고, 스르르 팔을 미끄러뜨렸다. 나는 이마에 짚었던 손을 떼고, 침대 위로 손을 옮겼다. 뒤돌아서 돌아가려 하는 히바리를 불러 세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넌, 변할 수 없으니까. 변하는 것은 나 뿐이니까. 너는 변하지 않으니까. 항상 하던 대로, 이미 자조적이 되어버린 웃음을 지으면서, 최대한 전에 하던 대로, 히바리를 불렀다.
“히바리선배- 오늘은 저랑 하룻밤 같이 있기로 했잖아요?”
주인이 부르면, 언제든지…
길 잃은 새는 돌아온다.
#04
[触れ合った]
[*맞닿았다]
히바리는 아직 옆에서 자고 있었다.
오랜만의 섹스에 많이 피곤했는지, 잠귀도 밝았던 히바리인데, 인기척도 못 느끼고 코오- 아기처럼 자고 있었다. 이마에 작게 버드키스를 내리고, 얼굴을 찬찬히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긴 속눈썹, 작은 입, 그리고 적당히 붉은 보드라운 입술. 예전처럼 하얀 피부만은 힘들었는지 여전히 하얗지만 약간 거칠어져 있었다. 올이 가늘고 검은 머리칼은 어깨길이 정도로 길어져 있었다. 이러니까 훨씬 여자 같잖아…
솔직히 아까는 좀 놀랐었다. 갑자기 몸을 팔겠다니. 히바리는…절대 이런 말 하지 않았는데. 그런 사람도 아니었는데. 분명 어떤 나쁜 외국인 아저씨가 돈을 가득 안겨주면서 친절하게 대해 호텔로 끌고 갔겠지. 그새끼 눈앞에 나타나기만 해 봐라. 회를 떠 줄 테니….
정말로, 그래서 스킨쉽도 두려울 정도로 꺼려하게 된 것 같네. 히바리…많이, 힘들었나 보네. 강간당할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두려웠을까.
내가, 옆에 있어줘야 했는데.
베스파엘라 전 때도, 나와 네가 함께였어야 했는데.
혼자서는 너무나도 약하면서. 바보같이.
집시가 되었을 땐, 마음껏 울 수 있게 되었을까, 히바리? 언제나 언제나 넌, 혼자 쓸쓸하게 울었잖아. 남몰래, 숨어서. 이제는 그냥 와앙- 하고 울어버릴 수 있게 되었어? 어린아이처럼, 살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으니. 너는 이제 행복하니?
과연 네가 나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 행운일까.
아니면,
비운일까?
생각은 거기에서 차단되었다. 히바리가 깨어났는지 몸을 일으켰다. 잠시 멍 때린 듯한 얼굴을 하고 방 안을 주욱 둘러보더니, 내 눈과 눈이 마주쳤다.
“…이번엔 너랑 잔 건가.”
“뭐어, 결론만 말하자면.”
“그럼 이제 가도 돼?”
“가도 될 리가 없잖아. 어제 뭔가 기억난 것 같던데, 아니야?”
“그건 기억나서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몸이 멋대로 움직인 거다.”
“여전히 츤데레잖아, 히바리.”
“틀려.”
히바리는 침대시트를 몇 번 정리하는 듯 하더니, 혈흔과 비릿한 정사의 흔적에 눈살을 찌푸리며 욕실 안으로 들어섰다. 쏴아- 하고 물 소리가 났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외투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예전엔 독해서 잘 피지도 않았는데, 이젠 잘도 피는군. 그러고 보니 히바리는 담배는 안 피웠었지. 술도 잘 안 마셨고. 지금도 그럴까….
그러고 보니, 히바리. 어제 그런 말을 했었다.
‘-난 네놈의 연인과는 다르게 남자라서 말이지.’
바아-보. 히바리 역시 기억 하나도 못하잖아. 바보야. 나빠. 나 정도는 기억해 줘도 좋았잖아. 그게 뭐야. 내 연인이 여자였다고 생각한 걸까나.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그게 맞긴 맞는데 말이지. 담뱃재를 몇 번 털었다. 까슬한 입술이 손끝으로부터 전해져 왔다. 그러고 보니 히바리 입술은 어떻게 그렇게 부드럽지. 쳇, 하고 투덜거리며 히바리와는 다른 내 입술을 몇 번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히바리가 목욕타월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다. 젖은 머리카락은 가닥가닥 뭉쳐있었고,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몸은 한마디로 색스러웠다. 휘익-하고 짧게 휘파람을 불고는 히바리 섹시해- 라고 장난스럽게 농담을 건네자, 매서운 눈매와 함께 플라스틱 비누 케이스가 이마를 가격했다. 커헉. 히바리 너무해. 닥쳐, 물어죽인다. 그것 봐. 전하고 똑같잖아. 기억을 잃었을 리 없어. 똑같잖아. 똑같아. 뭐가 달라. 아하하, 웃음이 나온다. 이번에는 컵이 날아왔다. 뭐가 좋다고 웃어, 바보. 아하하…하하하하…계속해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하하하…너무너무 행복했다. 지금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꿈만 같아서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조차 두려웠다. 그래, 중학생일 때에는 언제나 이랬다. 즐거웠어. 행복했다.
나는 항상 너를 화나게 하면, 너는 나에게 물어죽인다, 라는 등 살벌한 말을 하지. 내가 웃으면서 미안, 미안해- 라고 사과하면, 그제서야 너는 나를 향해 웃어보인다. 그런 것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엔, 나보다 작은 너를 두 팔 안에 꼬옥 껴안고, 이마에 쪽, 키스해주면 너는 얼굴이 빨개진 채 귀여운 얼굴을 하고, 나를 밀어내면서 옥상으로 도망치듯 뛰어갔지. 그러면 언제나 너와 나 위에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너와 나의. 이야기.
너무너무 기뻐서 웃음이 나왔다. 웃음과 함께 눈물도 흘렀다. 이것은 퇴색해버린 너와 나에 대한 슬픔의 눈물일까, 다시 그 때로 돌아간 듯 한 행복에 겨운 눈물일까. 웃으면서, 울면서 나는 너에게 안긴다. 내가 누군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너는, 갑작스럽게 우는 나를 얼떨결에 품에 안는다. 어머니처럼, 따스하게 다독여준다. 내가 너에게 안길 때, 나는 어머니의 따스함을 느낀다. 너는 나에게 안길 때,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사랑해, 사랑해, 히바리. 계속해서 너의 귓가에 속삭이면, 너는 얼굴이 붉어지곤 했었지. 너도 날 사랑한다고 해 줘. 나도 사랑해, 야마모토, 라고. 그렇게 말해 줘. 히바리. 히바리. 히바리. 히바리.
“사랑해. 야마모토 타케시.”
-너는 참 착한 사람이다.
“히바리…히바리이…”
“그래. 사랑해…울지 마…”
-너는 너무 착한 사람이다.
기억을 잃은 너는, 나를 위해서 거짓 사랑을 속삭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의 거짓 사랑에 이끌린다. 기억을 잃은 너는, 나를 위해 힘껏 나를 껴안는다. 너는 참 착한 사람이다. 기억을 잃고도 너무나 상냥한 사람이다. 너는 참 착한 사람이다. 나를 용서해준다. 이 나를, 껴안아준다. 엄마처럼. 포근하고 따스한, 오후의 햇살처럼.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다. 히바리의 마른 어깨를 한껏 끌어안고, 히바리의 입술에 키스한다. 부드러운 입술이 까슬한 입술과 맞닿는다. 따스함이 차가움과 맞닿는다. 퇴색해버린 색이, 선명하고 투명한 붉은빛과 맞닿는다. 잃은 사람과, 얻고 싶지 않았던 것을 얻은 사람이 맞닿았다.
그 만남에 거짓은 없었다.
#05
[Winterhappiness]
호텔에 있어 봤자 별로 할 것도 없고 해서, 몽마르뜨 언덕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히바리는 여전히 탐탁지 않아 했지만, 그래도 나를 따라오기로 어느 정도 작정했는지 조금 뒤에서라도 강아지처럼 잘 따라왔다. 비잔티움 양식 사크레쾨르 대사원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보니, 몽마르뜨 언덕의 테르트르 광장이 보였다. 화가들이 그림을 잔뜩 그리고 있었는데, 그림을 몇 번 대충 훑어보고 히바리가 잘 따라오나, 뒤돌아봤다. 히바리가 사라져 깜짝 놀라 허둥대며 히바리, 히바리 불러봤는데, 히바리답게 어떤 화가가 그려 놓은 새와 고양이 등 동물 그림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장면을 포착했다. 중절모를 푹 눌러쓰고 검은 양복까지 쫙 빼 입은 동양인 청년이 그림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니 화가 또한 제법 놀랄 법도 한데, 화가인 할머님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그림을 보는 히바리를 바라보고 계시니, 이건 또 뭔가 엄청난 광경이 아닌가.
“히바리, 이거 마음에 들어? 사 줄까?”
히바리의 곁으로 다가가 속삭이자, 히바리는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바라봤는데, 그 때 히바리의 얼굴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다. 약간 상기된 볼에, 긴 앞머리에 가려졌지만 커다랗게 떠진 눈. 아아.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히바리. 히바리가 완강히 사양하자, 그럼 기념으로 초상화라도 그려줘야지. 초상화를 그리려 가만히 앉아있는데, 겨울이라 추운지 히바리가 자꾸 몸을 움직인다. 화가아저씨도 많이 당황해 해서 꽤나 난감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초상화는 꽤 마음에 들었다. 히바리는 추운데 계속 가만히 있어야 해서 뾰로통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뾰로통한 히바리의 팔을 잡아끌며 내려가는데, 아까의 대사원 에서부터 부드럽고 조용한 하프연주소리가 들렸다. 지금껏 들어본 적 없었던 곡조에 발걸음을 잠시 멈췄는데,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의 노래라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쳐졌다. 히바리도 잠시 멈춰서서 감상하다, 내 팔을 툭 쳐 버리고 먼저 내려가기 시작했다. 히바리를 향해 달려가서 냅다 꼬옥 껴안아 버리고, 히바리는 예전처럼 똑같이 놔, 하고 짧게 말한다. 그럼 나는 더 꽈악 안아버려야지-. 히바리가 정말 숨막힐 때까지. 그리고 언제나처럼 웃는 거야. 행복하게.
밤 늦게 유럽횡단열차를 타고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갈 계획으로, 혹시 몰라 히바리의 여권을 발급받았다. 다행히 나는 히바리의 신분증도 갖고 있었고, 서류상으로 히바리는 사망신고가 되어있지 않아 얼마든지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여권을 잃어버린 것으로 하고 대사관에 가서 신나게 혼난 뒤, 여권을 재발급 받았다. 히바리는 여권에 [히바리 쿄야]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다가, 재킷 안주머니에 쑤셔놓고는 대사관을 나왔다.
유럽횡단열차 침대 칸은 6인1실이었으나, 여러모로 사정사정 해 예약자가 1명밖에 없는 칸에 나와 히바리를 배치해 주겠다고 했다. 둘이 오붓하게는 아니더라도 시끄럽게는 가지 않게 되었으니, 참 다행이다. 그치? 하고 동의를 구하려 했으나 히바리는 이런 것 따위엔 관계 없다는 듯 여권에 찍혀 있는 자신의 사진과 자신의 초상화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히바리를 바라보며 작게 웃고는, 발급받은 티켓을 챙겨 역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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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까 이거 미완작임. 앞으로 완성할 생각도 없고 하니 그냥 대충 삽시다.
그러고 보니 이거 힙총카에 연재했던것들이네요. 후후후.
지금 보니 이거 12p.네요 물론 엔터 띄어쓰기 포함 8pt기준입니다.
이거 쓸 땐 서유럽 갔다온 뒤라 나름 열심히 썼었는데 저거 결말 얌힙 아니라능. 무킵이라능.......
히트맨리본! 의경우는 2차창작을 어떠한 계기로 인해 그만두게 되었으니, 이 소설은 타뷸라 다음으로 미완이 된 장편이라 할 수 있겠군뇨. 후훗.
아니 근데 이거 웃을 일인가..............
슬슬 당분님 리퀘 작성하러 갑니다.(더 이상 미루면 저는 조땝니다.)
# by | 2009/03/14 20:06 | ㄴNovel | 트랙백


